장은수, 같이 읽고 함께 살다
얼마 전에 읽었던 독서모임 꾸리는 법을 뒤이어서 읽고 있는 책입니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이 입문서라면 이 책-같이 읽고 함께 살다는 사례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가 현장에서 적어도 3년 이상 꾸준히 독서 모임을 진행한 곳을 탐방하고 인터뷰 한 결과물입니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독서 공동체를 찾아서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빕니다. 제주, 전주, 부천, 청주, 보령, 김해, 원주, 시흥, 대전, 인천, 창원, 홍천, 순천, 나주, 서울까지. 그야말로 종횡무진입니다.
저자가 발품 팔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독서 공동체를 탐방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독서 공동체에는 고유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함께 울고 웃으며 삶을 살아낸 시간의 흔적이 독서 공동체 안에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책을 읽고 정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한 삶이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책의 제목이 참 적절합니다. "같이 읽고 함께 살다" 읽기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삶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장은수 님입니다.
책날개에 저자를 읽기 중독자,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민음사에서 오랫동안 책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현재는 순천향대 미디어콘텐츠학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짧은 저자의 소개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 글귀들을 만나게 됩니다. 한평생 책을 읽고 책과 씨름하며 살아온 저자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책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책에서 만난 저자의 글귀입니다.
좋은 책은 사람을 슬프게 한다. 감정의 바닥을 긁는 불편을 이룩하고, 인식의 지평을 찢는 고통을 불러온다. 운명처럼 우리를 건드려 삶의 비밀을, 존재의 심연을 연다. 그리고 그 침잠의 어둠으로부터 수직으로 생명을 분출한다.
갑자기 좋아지는 사회는 없다. 한꺼번에 바뀌는 세상도 없다. 작은 기적이 쌓여 언젠가는 큰 변화로 이어지는 법이다.
눈은 깊은 곳에 두고, 귀는 멀리까지 열어 둔다. 생각은 다채로움에 걸치고, 입은 배려를 다하며 항상 조심한다.
멋지지 않나요? 책과 함께 삶을 살아온 저자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독서 그 이상의 것
독서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책이 좋아 책을 찾지만, 책에 머물지 않고 그 너머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책이 우리에게 주는 지식과 감동이 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것,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함께 하는 이들을 만나게 하는 것 역시 소중한 책의 기능이지 않을까 합니다.
책을 읽고 독서 공동체를 생각하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두말할 것 없이 책이 중요합니다. 책이 없으면 독서모임이라는 정체성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사람이 중심이 되어서 책을 매개로 모이는 것이 독서 모임이니까요.
다른 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 이야기를 하고, 동시에 책 너머의 삶을 이야기하고, 삶을 살아내기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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