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찬미함으로써 향유하라고 일깨우시는 이는 당신이시니, 당신을 향해서 저희를 만들어놓으셨으므로 당신 안에 쉬기까지는 저희 마음이 안달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오늘 책을 읽다가 만난 소중한 글귀 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에 나오는 인간 내면을 통찰하는 글입니다.
인간 내면에는 온갖 갈망에서 오는 “안달함”이 있습니다. 이 "안달함"은 다양한 모양으로 표현됩니다.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 분노나 겉으로 표현되는 도착적인 행동 등 참으로 다양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이 가진 한계와 약함을 이 안달함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 실존의 비극적인 진단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안달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 역시 존재한다는 희망을 던져줍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분 안에서 쉼을 얻을 수 있다면, 그분을 찬미하고 향유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그분은 절대자를 가리킵니다. 절대자를 향한 신앙과 은총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분(절대자) 안에서 쉼을 얻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찬미하며 향유할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답을 얻어 가며 은총을 경험하는 것이 신앙 여정입니다. 우리는 질문을 할 수 있지만 답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답은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절대자 앞에서 문을 두드릴 때 절대자가 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이 신앙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신앙을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믿음을 표현하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신앙은 숭고한 것이고 믿음은 고귀한 것인데, 신앙과 믿음이 값싼 싸구려 취급 받는 것을 넘어서서 천박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참 가슴 아픈 현실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절대자를 인내하며 기다릴 수 있는 믿음이 신앙인들 안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겸손하게 절대자를 의지해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내 마음대로, 내 안에 있는 안달함에 쫓겨서 일을 그르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모습이 신앙을 갖지 않은 이들에게 꼴불견, 이해할 수 없는 부류로 비친 것은 아닐까요?
이런 상황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글귀가 제 마음에 깊이 와 닿습니다. 여러 복작한 상황과 중요한 결정 앞에서 안달하고 있는 제 마음을 알아봐 주고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가 안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에, 절대자를 기다립니다. 그분을 찬미하며 향유하기를 희망하고, 그분 안에서 쉼을 얻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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